Das Experi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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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섭다. 정말 무섭다.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무서웠고,
  보고 난 지금도 무섭다. 정말 무섭다.
  그런데 왜 무서운지는 모르겠다. 팔다리를 자르고
  피가 튀는 것도 아니고, 어디선가 불쑥
  귀신이 나오지도 않는데 온몸이 오싹오싹한다.

진정한 공포를 원한다면 독일 영화를 봐야 한다.
독일의 호러물에는 또다른 공포가 있다.
한 명을 죽여도 서서히 그러나 아주 잔인하게 죽인다.

독일의 호러물이 두려운 이유는
인간의 근본적인 존엄성과 자유의지에 대해 다루기 때문이다.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존재의 유약함은 어떤 것 보다도 강력한 공포로 다가온다.

— nKino 네티즌 리뷰중

파리대왕, 배틀로얄, 큐브 등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이 영화는 아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말 인간이 무서워진다. 보면 알 수 있다.

홍지은 기자의 리뷰를 옮겨둔다.

<엑스페리먼트>는 감옥 시뮬레이션 실험, 즉 인간조건의 실험을 다루고 있다. 대학 연구소 한켠에 거대한 모의 감옥이 설치되고, 간수와 죄수 역을 자원한 20명이 14일간의 체험에 돌입한다. 장난 비슷하게 시작한 감옥 체험은 간수와 죄수간의 힘겨루기라는 갈등 양상을 빚더니 급기야 폭력으로 치닫는다.

인간 본성에는 폭력의 광기가 엄연히 내재해 있는 것일까? 굳이 감옥이나 전쟁 같은 극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약간의 조건만 갖춰진다면 누구라도 그 본성을 드러낼 수 있는 걸까? (또는,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게 있긴 한가?, 인간은 극한 환경을 선한 의지로 이겨낼 수 있는가?)

영화는 실제로 1971년 스탠퍼드대에서 있었던 실험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2주 예정이었던 실험은 영화에서처럼 5일 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당시의 실험과 <엑스페리먼트>의 큰 차이라면 카메라의 존재일 것이다. <엑스페리먼트>의 모의 감옥에는 사방에 카메라 투성이다. 구석구석을 샅샅이 비추는 CCTV나, 기사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주인공 타렉의 안경을 가장한 카메라까지. 모든 것은 노출되고, 이것은 통제의 기반이다. 간수들이 권력의 맛에 취해갈 때, CCTV로 상황을 지켜보던 연구자들도 그것에 중독된다(결국 그들은 위험 수위에 도달한 실험을 중단시킬 수 있었던 시점을 놓치고 화를 자초한다). 이렇게 놓고 보자면 극한 조건에 처한 인간 실험이 엔터테인먼트로 변화한 미국의 TV쇼 「서바이버」와 다를 게 없다.

1986년에 데뷔한 이래 TV영화 쪽에서 주로 활동해온 올리버 쉬르히비겔 감독은 단단하고 쿨한 연출솜씨로 영화 전체를 장악하고 관리한다. 여러 종류의 카메라의 시점을 섞고, 가끔씩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이탈하여 앞뒤로 점핑하는 솜씨는 녹록치 않은 재능과 경험을 반증한다(폐쇄공간에서 난데없는 폭력과 마주하게 된다는 설정이나 영화의 전반적인 미술은 <큐브>와도 닮아있다). <엑스페리먼트>는 자칫 그게 전부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가끔씩 순간적이나마 묘한 정서를 자아낸다. 짧고 희미하게 발광(發光)하는 그것은 약간의 멜랑콜리한 기운마저 느끼게 한다(이를 테면 타렉이 자동차 충돌사고 후 하룻밤을 보낸 도라를 떠올리는 장면이나 두 사람이 해변에 앉아있는 엔딩).

5일 만에 살육을 부른 감옥 실험은 아무런 해답 없이 끝난다. 인간의 본성에는 어쩔 수 없이 악한 구석이 있는 걸까? 아니면, 의학과 감옥으로 대표되는 합리성과 통제의 시스템이 폭력의 얼굴을 드러낸 걸까?

2 thoughts on “Das Experiment

  1. 고마워!! 간만에 좋은 영화 봤네…
    정말이지 가슴이 콩닥콩닥하더라….
    즐거운 추석을 보내길…

    (갑지가 반말이네… ^^*)

  2. Pingback: ▒▒▒ ㅇ ㅏ ㅁ ㅏ 도 그 건 ㄴ ㅓ 였 을 걸 » Blog Archive » DAS EXPERI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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